권고사직 받고 실업급여로 9개월 살아본 가계부
재작년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져서 권고사직 받았다. 그해 9개월을 실업급여 + 저축으로 버티면서 한 달 단위로 기록한 가계부를 정리했다. 신청 절차·실수령·구직활동 의무까지 시간 순으로.
재작년 12월에 다니던 회사 임원이 "내년 1분기 안에 정리해야 할 것 같다"고 면담을 잡았다. IT 중소기업이었는데 투자 라운드가 무산돼서 인원의 3분의 1을 줄여야 했다. 권고사직 형태로 처리해줄 테니 실업급여 받으면서 다음 자리 찾으라는 제안.
그날부터 9개월 동안 실업급여로 산 기록을 가계부 형식으로 정리했다. 실업급여는 "실업하면 자동으로 들어오는 돈"이 아니다. 신청 절차·구직 활동 보고·재취업수당 같은 단계마다 챙길 게 많고, 잘못 처리하면 부지급 처분이나 부정수급 처벌까지 간다. 그때 메모해둔 걸 시간 순으로 옮긴다.
D-30 (퇴사 1개월 전) — 이직확인서 미리 준비
회사 인사팀에 "이직확인서 발급 부탁드린다"고 카톡으로 미리 말해뒀다. 이직확인서는 고용보험공단에 회사가 직접 제출하는 서류라 본인이 받는 게 아니다. 단 본인이 잘 처리되는지 확인은 필요하다.
확인 포인트:
- 퇴사 사유 = "권고사직" (자발적 X)
- 평균임금 산정 = 퇴사 직전 3개월 임금
- 피보험단위기간 = 본인 가입 기간 충분히 잡혔는지
권고사직인데 회사가 "일신상 사유"로 처리하면 자발적 퇴사로 분류돼서 실업급여 못 받는다. 이거 한 번 잘못되면 6개월 행정 다툼이라 미리 확인.
D-7 (퇴사 1주 전) — 인수인계 마무리 + 워크넷 가입
워크넷(work.go.kr) 회원가입하고 이력서 등록했다. 실업급여 받으려면 "구직활동 의무"가 있는데, 워크넷에 이력서가 등록돼 있어야 인정된다.
D-Day (퇴사일)
마지막 출근. 사원증 반납하고 4대보험 자격 상실 처리 예정 안내받음.
D+1 ~ D+7 — 4대보험 자격 상실 + 이직확인서 제출 대기
이 1주일이 가장 답답하다. 본인은 할 게 없고, 회사가 4대보험 자격 상실 신고 + 이직확인서 제출까지 마쳐야 다음 단계 진행된다. 보통 5~7일 소요.
D+8 — 고용센터 방문 (수급자격 신청)
거주지 관할 고용센터에 직접 방문했다. 신청서·이직확인서 확인서·신분증·통장 사본 가져갔다. 30분 대기 후 상담사 면담 30분. 면담에서 "권고사직 사유로 신청합니다" 확인했다.
이 시점에서 받은 안내:
- 수급자격 인정 7~14일 소요 (조사 기간)
- 인정 후 7일 대기기간 (이건 무지급 — 실업급여 못 받는 기간)
- 첫 지급일은 빠르면 D+21~28
그러니까 퇴사 후 약 한 달 정도는 통장에 실업급여 0원. 이 기간을 저축으로 버텨야 한다.
D+10 — 1차 실업인정 (수급자격 인정)
집에 카톡으로 수급자격 인정 통보 왔다. 1일 수급액과 소정급여일수가 명확히 적혀 있었다.
본인 케이스:
- 평균임금 월 380만 (퇴사 직전 3개월 평균)
- 1일 평균임금 = 380만 ÷ 30 = 약 12.67만
- 1일 수급액 = 평균임금의 60% = 7.6만 (단 상한 66,000원 적용 → 66,000원)
- 가입기간 7년 + 만 38세 = 소정급여일수 210일
- 총 수급액 = 66,000 × 210 = 1,386만원
처음에 "왜 7.6만이 아니라 6.6만이지?" 했는데, 일급 상한이 66,000원이라 그렇다. 평균임금이 월 330만 이상이면 무조건 상한 걸린다. 8천만 연봉이든 5천만 연봉이든 1일 상한 동일.
D+21 — 첫 지급 (대기 7일 후)
대기기간 7일 빠지고 첫 14일분이 입금됐다. 14 × 66,000 = 924,000원. 통장에 92만 들어왔다.
이 시점 가계부:
- 실업급여 입금: +92만
- 한 달 고정 지출 (월세·관리비·통신·식비): -150만
- 부족 -58만 → 저축에서 충당
D+30 ~ D+150 (1~5개월차) — 매월 실업인정 + 구직활동
이게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다. 4주에 1회씩 고용센터에 방문해서 "구직활동 했습니다" 보고해야 다음 4주치 실업급여를 받는다. 구직활동이 인정 안 되면 그 회차 부지급.
본인이 한 구직활동들 (4주마다 최소 2~4건 필요):
- 워크넷 입사지원 (가장 쉬움 — 구인공고 클릭 후 "지원하기")
- 잡코리아·사람인 입사지원 (스크린샷 제출)
- 채용 박람회 참석 (참가 확인증 사진)
- 직업 훈련 수강 (HRD-Net에서 신청 가능 + 별도 수당)
- 1:1 컨설팅 (고용센터 자체 프로그램)
실수 사례 — 친구가 "넷플릭스 보고 있다가 한 달 지남" → 구직활동 0건 → 그 회차 부지급 + 다음 회차에 누적 보고 + 경고 1회. 3회 누적되면 수급자격 박탈도 있다.
월별 가계부 요약:
- 1개월차: 실업급여 132만 (4주분) - 고정지출 150만 = -18만
- 2~5개월차: 매월 약 -20만 (저축 차감)
- 5개월 누적 적자: -100만
이 시기에 "실업급여만으로 빠듯하다"는 걸 체감했다. 1일 66,000원 × 30일 = 198만이 한 달 최대인데, 서울 월세 + 4대보험 자기부담(국민연금·건강보험 "임의계속가입") + 통신·식비면 거의 빠진다.
D+90 (3개월차) — 직업훈련 등록 + 훈련수당
고용센터에서 "내일배움카드 신청해보시라"고 안내해줘서 신청했다. 5개월짜리 IT 보안 과정 등록. 훈련 기간엔 실업급여 + 훈련수당 1일 7,500원 (월 약 22만) 추가 지급. 또 수료하면 출석률에 따라 별도 지원금.
장점: 월 22만 추가 + 5개월 후 자격증 1개. 단점: 수업 출석 의무, 결석 시 실업급여 부지급 가능.
훈련 기간 가계부:
- 실업급여 132만 + 훈련수당 22만 = 154만
- 지출 150만
- 약간 흑자 (+4만/월)
이 5개월이 "실업급여 + 훈련"의 가장 안정적인 시기. 자격증도 따고 통장 마이너스도 줄었다.
D+200 (6.5개월차) — 재취업 결정
직업훈련 수료 직전에 작은 회사 면접 봤다가 합격. 연봉은 이전 회사보다 10% 깎였지만 "실업급여 6.5개월 받고 끝낼 거냐, 받는 동안 안정 찾을 거냐" 사이에서 후자 택했다.
여기서 중요한 게 조기재취업수당. 소정급여일수의 2분의 1 이상 잔여한 시점에 재취업하면 잔여 일수의 50%를 일시 지급한다. 본인 케이스:
- 소정 210일 중 195일 받은 상태 → 잔여 15일
- 15일 × 66,000 × 50% = 49.5만 일시 지급
이게 신청자가 직접 "조기재취업수당 신청합니다" 라고 고용센터에 별도 신청해야 받는다. 자동 안 들어옴. 새 회사 12개월 근속 + 다른 조건 충족 후 신청 가능. 12개월 다 채우고 신청해서 받았다.
총 9개월 정산
- 실업급여 본 수급: 132만 × 6.5개월 = 약 858만
- 훈련수당: 22만 × 5개월 = 110만
- 조기재취업수당: 49.5만
- 합계 약 1,017만
이 1천만으로 9개월 살았다. 저축 차감 -80만 합치면 9개월 실 지출 약 1,100만. 한 달 평균 약 122만. 같은 기간 회사 다녔으면 연봉 4,500만 ÷ 12 = 한 달 약 380만이라 격차는 컸지만, 1년 6개월 모은 저축 안 까먹고 새 자격증 + 새 직장으로 마무리됐다.
실업급여 받기 전에 꼭 챙길 5가지
다 겪고 나서 정리한 체크리스트.
1) 비자발적 퇴사 명확히 확정
권고사직·해고·계약만료·정년퇴직만 받을 수 있다. 자발적 퇴사도 "정당한 사유"(임금체불·통근곤란·질병·가족돌봄·결혼 등) 있으면 가능하지만 입증 자료 필요. 회사 인사팀과 "이직 사유" 합의가 1순위.
2) 이직확인서 회사 제출 확인
회사가 고용보험공단에 이직확인서 안 내면 본인은 신청 자체 불가. 퇴사 후 1주일 안에 처리되는지 확인 전화.
3) 12개월 이내 신청
이직일로부터 12개월 이내 신청 안 하면 권리 소멸. "좀 쉬다가 하지" 하면 안 된다.
4) 구직활동 4주 2~4건 의무
잊으면 그 회차 부지급. 워크넷 입사지원이 가장 쉬우니 매주 1~2건씩 미리 해두는 게 안전.
5) 1일 상한 66,000원
연봉 8천이든 5천이든 동일. 평균임금 60% 가 66,000 넘으면 무조건 상한 적용. 본인 수급액 사전 시뮬레이션 실업급여 계산기에서 가능.
글 쓰면서 받은 질문 모음
지인들이 자주 물어본 것 정리.
Q. 자영업자도 받나?
A. 자영업자 임의가입 1년 이상 + 폐업 사유면 가능. 단 일반 임금근로자 실업급여보다 절차 복잡.
Q. 퇴직금이랑 같이 받아도 되나?
A. 별개. 퇴직금은 회사에서 직접 받고,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서 받는다. 둘 다 받을 수 있음.
Q. 수급 중 알바하면?
A. 월 50시간 미만 + 신고하면 가능. 미신고는 부정수급으로 처벌 (받은 금액의 2~5배 환수 + 형사처벌). 절대 숨기지 말 것.
Q. 다음 직장 들어가면 바로 끊기는 거지?
A. 맞다. 신규 취업일이 정해지는 순간 그 다음 회차부터 수급 중지. 그래서 "6.5개월 받고 끝낼지"가 본인 결정.
권고사직 자체가 좋은 일은 아닌데, 그래도 실업급여 제도 덕분에 9개월 동안 "먹고 자는 걱정" 없이 자격증·재취업 준비 했다. 처음 통보받았을 때 막막했지만 절차 하나하나 밟아보니 "국가가 6개월 정도는 보장해주는 시스템"이라는 게 체감됐다. 본인이 비슷한 상황이면 우선 실업급여 계산기에 본인 평균임금·가입기간·연령 넣고 "몇 개월 + 얼마"인지부터 확인하고 들어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.
기준 시점: 2026년 5월. 1일 상한 66,000원·소정급여일수(연령·가입기간별 120~270일)·7일 대기기간·12개월 신청 기한은 "고용보험법" 시행령에 따라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골격. 단 상한 금액·훈련수당·조기재취업수당 비율은 매년 1월 1일 조정될 수 있으니 고용보험공단 마이페이지·고용24 공시를 함께 확인. 자발적 퇴사 정당 사유 인정 범위는 고용센터별 재량이 있어 면담이 가장 정확.